고깃집에서 나오는 기름장이나 김밥집에서 김밥에 발라주는 기름 등 대중음식점에서 흔히 접하는 고소한 맛의 기름은 대부분 참기름이 아니다. 법령상 식품 유형이 ‘향미유’인 이 기름들은 ‘참기름’이란 이름을 쓸 수 없어 참맛기름, 참향기름, 참진한기름 등의 이름이 붙어 팔린다. 참깨추출물 일부를 옥수수기름(옥배유)이나 콩기름(대두유) 등과 섞어 만들며 인공 참깨향을 첨가하기도 한다. 저가 참깨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사료·비료용 깻묵에 공업용 헥산을 섞어 뽑아낸 기름 성분으로 만든 향미유를 팔다 수사기관에 붙잡힌 악덕 제조업자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삼겹살집이나 비빔밥집 등에서 빨간 양념통에 든 참기름을 볼 수 있다. 그냥 참기름이라 생각하겠지만 대부분 ‘향신 참기름’이다. 향신 참기름은 법적으로 허용된 유사 참기름이지 참깨로만 만든 진짜 참기름은 아니다. 대두유나 옥배유 등에 참깨 향을 첨가해 만든 ‘참기름 맛’ 기름이다. ‘바나나맛’ 우유를 떠올리면 쉽다. 상품 이름을 모호하게 짓고, 성분 표기를 깨알 같은 글씨로 써서 소비자의 착각을 유도한다. 특히 대량으로 참기름을 사용해야 하는 대중음식점에선 이를 알면서도 쓴다. 단가를 따져보면 1000원짜리 김밥에 그렇게 잔뜩 발라 줄 수 없는데, 기꺼이 참기름이라고 착각하는 소비자도 문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참기름은 고소한 향에 갈색 빛을 띤다. 고소한 향의 참기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 덕분에 밋밋하던 음식의 향이 살아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물을 볶든, 불고기를 재우든 각종 레시피에 ‘참기름 약간’이 빠지지 않는다. 비빔밥을 보자. 당근이며 산나물이며 육회를 넣든 간에 재료를 볶을 때 참기름을 쓰는 것도 모자라 마지막에 비빌 때도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니 음식 재료가 지닌 각각의 향은 사라지고 ‘진하고 고소한’ 참기름 향만 남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소한 향이 적은 대신 식재료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리는 저온 압착 참기름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콜드프레스기법을 사용한 생참기름은 40도 미만에서 착유한다. 기존 참기름에 비해 착유 온도가 낮고 볶는 공정도 없다. 참깨를 세척한 후 자연에서 수분이 증발한 후에 콜드프레스 방식으로 착유한 참기름은 향이 여리며 색깔도 진하지 않고 착유량도 일반 참기름 대비 1/3, 저온참기름 대비 30%정도 양이 적다. 향을 맡지 않고 색깔만 본다면 올리브유와 같다.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보조하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한국의 올리브유라고 할 수 있다. 향미유나 참깨분을 이용해 만든 저가 참기름에 비할 바 아니다. 제대로된 비빔밥을 먹어보길 권한다.